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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
Nohdan 그림 신일숙
1920년 가을 서대문 형무소 온몸에 멍이 들고 부어오른 한 소녀가 벽에 기대어 나지막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 산천이 동하고 바다가 끓는다... 에헤이 데헤이 에헤이 데헤이....” 끊어질듯 가녀리게 이어지던 노래가 잦아들고 고통과 함께 사라지던 노랫소리가 다시 어디에선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군가 따라 부르던 노래는 어느새 각 방의 나무문들을 휩쓸며 거대한 파도가 되어 서대문 형무소의 담장을 넘었다. 소녀는 흐릿해져가는 의식속에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심명철.. 어윤희..권애라...한명 한명 함께 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기억은 점점 거슬러 올라가고 옥에 갇힌이들의 합창을 수의 삼아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우리에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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